소년의 텅 비어버린 눈동자가 규칙 없는 템포로 깜빡였다. 흰 벽면에 둘러싸여 흰 침대시트위에 누운 흰 환자복을 입은 소년의 모습은 감히 함부로 말해 시체와 다름없어 보였다. 열병이 달아올랐다 놀리듯 가라앉았다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소년의 몸이 식다 만 땀으로 잔뜩 희롱되고 있었다. 그가 누운 침대 옆에는 엉덩이가 흘러내릴 만큼 작은 의자에 걸터앉은 남자가 ...
열살 남짓한 소년을 태운 기차가 멈출 줄 모르고 달렸다. 커다란 사람들이 가득한 좌석에 조그만 소년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자 지나가던 이들이 모두 한번 씩 소년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의 손바닥엔 누군가가 볼펜으로 적어 준 듯한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져 있었다. 히나타 쇼요. 번호도, 집 주소도 없이 자신의 이름만을 손에 꼭 쥔 소년은 등에 멘 가방을 내려 ...
#3 w.윤단비 여덟번 째 날이 되었다. 잠을 설칠 바에야 자지 않는 편을 택했다. 그 바람에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새벽등교라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이렇게 목적없이 일찍 일어나는 일은 잠이 많은 나에겐 절대 무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보다. 새벽공기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쌀쌀했다. 나쁘지 않았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신발장으로 곧장 ...
지독히도 머리가 아픈 날이 있었다. 속 안에 있는 것들을 몽땅 토해내고도 모자라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입에 집어 넣고, 게워내길 반복했다. 무엇이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버텨내질 못할 것 같았다. 일곱 살 짜리의 어린 몸이 금방이라도 꺾일 듯이 휘었다. 침이 몽땅 마르고 목에 가시가 박힌 것 마냥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번화가의 구석진 골목길을 ...
W.윤단비 49일이 모두 지났다. 네가 냉정하다며 섭섭해 할 정도로 잘 지내던 내가 어젯밤은 잠을 설쳤다. 너의 유품을 받으러 가는 길, 어느새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버스 창가에 억지로 머리를 대고 버텼다. 덜컹거리는 통증에 너를 잠시 잊으려 했다. 마음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파했다. * 한산한 비디오가게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누군지 정체를 잠시 ...
w. 윤단비 한번 무너진 탑은 남들보다 덜 자고, 덜 먹고 덜 놀아서 다시 쌓아 올려버리면 그만이였다. 막막한 심정은 탑이 쌓아 올려질 때 마다 후련해 졌다. 뒤쳐졌던 실력은 자극제가 되어 나를 더욱 위로, 위로 올려주었다. 그런데,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부서져버린 탑은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호흡 중 이산화탄소의 과도 배출로 인해 혈중의 이산화탄소 ...
#2 w.윤단비 내가 말이 없어지자 히나타도 심통이 난 건지 고개를 돌려 앉았다. 그러고보니 오늘 신발장에서 쪽지를 보지 못한 것 같다. 이제 불행 끝이란건가. 히나타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불행이였나. 어째서? 흘끗 훔쳐본 곳에 있는 히나타는 어느새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다. 네가 잠도 못 잘 정도로 흥분해버린 사람이 대체 "누구야" 대...
#1 w.윤단비 딱히 예언이라던가, 그런걸 믿는 편은 아니였다. 눈앞의 문제만 직시한다면 언제나 일은 그런대로 잘 풀렸다. 적어도 일주일 전 까지는 그랬다. '토비오! 할머니께서 삐끗하셨대. 도와드리러 갔다 올게'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요란한 형광색 포스트잇에 적힌 정갈한 글자와 급하게 싼 듯 보자기 묶은 모양이 형편없는 도시락이 눈에 띄었다. 읽었다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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